전쟁에도 유형이 있다
제가 최초로 <수능 국어 비문학의 과학적 학습법>을 쓰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당시 저는 과학탐구, 그 중에서도 특히 화학을 잘 못했었습니다. 물리는 괜찮았는데, 화학은 도무지 시간을 내서 풀어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감이 안오더군요.
그런데 재수학원에서 가르치시던 화학 선생님의 교재를 보니까, 분명 같은 유형의 문제들을 모아둔 것이었는데 앞에서 쉬운 문제는 대충 숫자를 끼워 맞춰서 풀고 있었고, 뒤의 어려운 문제는 전혀 풀지 못하는 저를 발견하였습니다. 아니, 같은 유형의 문제인데 왜 쉬운건 풀고, 어려운건 못 풀고있지??
이때가 최초로 '유형별 학습', 그러니까 같은 유형에 대해서는 같은 방법, 비슷한 알고리즘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시발점이었습니다. 이 생각이 근본이 되어서, 이후에 수학이든 국어든 비슷한 유형의 문제는 비슷한 방법으로 풀기 시작하였고, 성적이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비단 문제풀이 뿐만 아니라, 전쟁사에서도 그 유형이 달라지고 각 유형에 맞는 해법이 다른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6.25 전쟁 당시 한국군이 쓰던 유명한 제식 소총이 바로 M1 개런드입니다. 굉장히 긴 장총신에다가, 위력이나 크기도 큰 탄환을 사용했었습니다. 당시에 왜 이런 소총을 썻냐면, 아직 미사일이라던지 전차 기술이 그렇게 발달하지 못하였고, 보병들끼리 싸움을 붙으면 서로 먼 거리에서 강력한 탄환을 길쭉한 총신을 통해 발사하여 멀리까지 맞추는 것이 주요한 싸움의 유형이었기 때문입니다.
현대의 기준에서 보아도 여전히 m1 개런드는 매우 크고 긴 소총입니다. 당시 쓰던 탄환도 현대에서 자주 쓰이는 5.56mm 탄환보다 훨씬 더 무겁고 큰 탄환을 사용합니다
https://namu.wiki/w/M1%20%EA%B0%9C%EB%9F%B0%EB%93%9C
그러나 시대가 바뀜에 따라, 이런 장총신의 고위력탄을 사용하는 소총이 필요가 적어지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미사일과 기갑, 포병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원거리에서 강력한 화력 투사를 하는 것은 보병의 역할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만약 먼 거리에서 적이 있으면, 포병과 기갑부대, 항공력으로 막강한 화력을 투사하면 그만입니다.
따라서 소총 또한 좀 더 작아지고, 탄환이 작아지고 근접전에서 빠르게 쏴재낄 수 있는 소총이 요구됩니다. 그리하여 개발된 총이 바로 천재 총기 개발자 유진 스토너의 m16 시리즈입니다. 베트남 전쟁의 정글에서는 근접전이 더욱 많이 발생하였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가볍고 약한 탄을 빠르게 쏘는 총이 필요해집니다.
m16a1은 m1 개런드보다 훨씬 작은 탄을 사용하며, 빠른 연사력을 갖추어 정글이라는 새로운 전장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만약 적이 멀리 있다면, 박격포와 헬기 사격, 아군의 전투기 지원을 통해 해당 지역을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m16a1 소총은 멀리 떨어져있는 적보다도, 근접전에서 엄청나게 몰려오는 적을 제압하기 위해 연사력을 중시하였습니다
https://weaponsystems.net/system/243-Colt+M16A1
그런데 이제는 이런 m16a1 마저도 너무나도 긴 총이 되었습니다. 긴 총의 가장 큰 단점은, 좁은 곳에서 휘두르거나 사용하기 너무 버겁다는 것입니다. 어딘가에 걸릴 위험도 크고, 휴대성도 떨어집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전쟁의 양상도 이제는 테러리즘과의 전쟁, 즉 도심 시가전이나 인질전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근접전에서 더욱 더 빠른 연사력이 필요해지고 총의 길이도 작아질 필요가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m16a1의 계보를 잇는 다양한 짧은 병기들이 개발됩니다.
https://bemil.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2/2019041201596.html
https://www.youtube.com/watch?v=X387_AjCd6w&ab_channel=%EB%AC%B4%EA%B8%B0%EB%8C%80%EB%B0%B1%EA%B3%BC
이에 따라 더욱더 짧으면서도, 접어서 휴대성이 높아진 기관 권총이나 기관 단총들이 각광을 받게 됩니다
https://ko.topwar.ru/173370-zaversheny-gosispytanija-novogo-pistoleta-pulemeta-ppk-20.html
이처럼 전쟁의 유형, 그러니까 전쟁의 환경과 요구되는 능력이 변화됨에 따라서 총기들 또한 각 유형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디자인과 특성을 가지고 개발되었습니다. 과거 평지에서 보병들끼리 총격전으로 적을 제압해야 할 때는 m1 개런드를 비롯한 장총신의 무거운 총탄을 사용하는 소총, 베트남 전쟁 이후 빠른 연사력이 필요해진 시대에서는 m16a시리즈들, 그리고 도심 시가전과 교전 거리가 극단적으로 가까워짐에 따라 휴대성이 좋으면서도 가볍고 빠른 연사력을 가진 기관 권총, 단총들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그럼 과거 장총신의 총기들이 맡던 임무들은 어떻게 되었느냐고요? 항공력과 포병, 미사일이 발전함에 따라서 이 병기들이 정밀 폭격과 전략 폭격, 주요 거점 파괴를 맡게 되었습니다. 예컨데 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군은 무려 100만의 군대로, 질적으로 부족한 기술을 양으로 밀어붙이려 했습니다. 그런데 첨단 무기를 앞세운 미군과 연합군에게 탈탈탈 털리고 맙니다. 이라크 군은 현대전이라는 유형에 잘못된 풀이를 제시한 것이었죠.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img_pg.aspx?CNTN_CD=IA000218282
http://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082
압도적인 항공력, 뛰어난 기갑 군단의 고속 기동, 정밀 폭격, 소수 정예의 보병들은 100만의 이라크 군을 궤멸시켜버립니다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3/35/WarGulf_photobox.jpg
과거 보병이 길고 무거운 소총으로 하던 일을 이제는 기갑 전력과 항공 전력이 더욱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보병의 역할이 바뀌고 무기도 바뀌었습니다.
이처럼 여러분이 공부할 때도, 각 문제의 유형에 맞는 알맞은 풀이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오답이 나올 확률이 엄청나게 높아지죠.
유형별 학습! 이것이 제가 쓴 책과 칼럼의 가장 기초가 된 화두입니다. 각각의 유형에 알맞는 대응과 풀이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부입니다. 유형에 맞지 않는 풀이 방법으로 억지로 푸는 것을, 주먹구구식 풀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또한 제가 직접 삽질을 많이 해왔기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 세상의 도가 특별한 곳에 있겠습니까? 여러분이 공부하는 수능 시험에도 이런 세상의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전쟁사를 좋아하여 이렇게 전쟁과 연관시켜 설명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를 통해서 충분히 유형별 학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국비 상>
https://docs.orbi.kr/docs/7325/
<수국비 하>
https://docs.orbi.kr/docs/7327/
알고리즘 학습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https://orbi.kr/00054952399 - 2편 유형별 학습
https://orbi.kr/00055044113 - 3편 시간차 훈련
https://orbi.kr/00055113906 - 4편 요약과 마무리
학습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https://orbi.kr/00027690051 - 번외편 문과와 이과
https://orbi.kr/00030479765 - 7편
https://orbi.kr/00033799441 - 8편 + <수국비> 광고
https://orbi.kr/00038536482 - 9편 + <수국비> 광고
https://orbi.kr/00038794208 - 10편
https://orbi.kr/00038933518 - 11편 마지막
사고력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56551816 - 1편 바둑과 수싸움
https://orbi.kr/00056735841 - 2편 예절
https://orbi.kr/00056781109 - 3편 자유로운 직업세계
https://orbi.kr/00056882015 - 4편 따라하기
https://orbi.kr/00057164650 - 5편 어린 놈들이 약아서
https://orbi.kr/00057384472 - 6편 자기 스스로를 알아차리기
https://orbi.kr/00057614203 - 7편 체력분배
https://orbi.kr/00057650663 - 8편 수학적 상상력
https://orbi.kr/00057786940 - 9편 편견깨기
https://orbi.kr/00058147642 - 10편 시냅스, 알고리즘의 강화
https://orbi.kr/00060975821 - 11편 자문자답
https://orbi.kr/00061702648 - 12편 '박영진 이혼전문변호사'를 통해 재밌게 알아보는 법률 이야기
https://orbi.kr/00062050418 - 13편 수능 국어 공부
https://orbi.kr/00062206444 - 14편 현우진이 말하는 독해력과 사고력
https://orbi.kr/00062298282 - 15편 교수 면담
https://orbi.kr/00062328444 - 16편 관세법과 일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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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62419084 - 18편 공부 못하면서 허세 좀 부리지 마십시오
https://orbi.kr/00062495541 - 19편 법조인에게도 필요한 수능 국어 비문학 독해력!
20편 - 전쟁에도 유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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