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토론을 할 때 '예의 바르게' 구는 이유...
전 어지간하면 '예의 바르게' 구는 편입니다.
욕은 물론이고 반말도 하지 않고,
비꼬거나 불필요한 이모티콘도 삼가죠.
그래서 그런지 정치토론에 꽤나 자주 닉네임을 드러내는 사람임에도,
소위 오르비 내 '보수세력'의 타깃에서 벗어날 때가 많았습니다.
(아방동님이나 12중대장님이 세트로 묶일 때에도... 근데 이거 은근 소외감 느끼는 거 아세요? ㅎ)
그것은 제가 품성이 선하거나 교육을 잘 받았기 때문은 아니에요.
이유는 두개인데,
우선,
태도나 품성 등으로 공격 당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공방이 시작되면 토론은 폼이 무너집니다.
토론을 할 때,
이성과 논리에서 밀리는 사람들이 곧잘 쓰는 방법은,
상대방의 태도나 어투, 품성 등을 지적하면서,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공격을 해서,
토론의 주제를 기존의 것에서부터 끌어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간다는 거죠.
전혀 불필요한, 소모적인 인신공격...
그러면 그 때부터 소위 일컬어지는,
'병림픽'이 시작되는 겁니다.
저는 이게,
너무,
무지,
많이,
싫습니다.
토론은 최대한 깔끔하고 아름답게,
지나가던 사람이 클릭해 들어와 봐도,
"아, 이거 참 보고 배울 게 많구나."
하는 반응이 나올 수 있게끔 하는 게,
전 저를 위해서도, 상대방을 위해서도,
그리고 오르비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전 '예의 바른 척'을 합니다.
저도,
공격 당하고, 비아냥거리는 댓글을 보면,
화가 납니다. 짜증이 치솟습니다.
저라고,
비아냥거릴 줄 모르고, 욱 할 줄 모르는 거 아닙니다.
전 비판적 사고와 논리 공부를,
다른 누구도 아닌 진중권의 텍스트를 보며 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쪽으론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습니다.
(진중권의 초기작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안 보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세요. 비아냥거림의 끝판왕이 거기 있습니다. ㅎ)
하지만 그렇게 되면, 토론은 개싸움이 되고,
사람들은 쯧쯧거리며 말합니다.
"오르비에서 정치 얘기 금지시켜 주세요."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누군가 비아냥거리고 욕지거리를 한다고 해서,
저도 마찬가지로 나간다면,
반대로 저는 그 사람에게 똑바로 하라고 지적질 할 수 없습니다.
이건 토론을 할 때, 꽤나 유효한 무기인데,
상대방의 저질스러운 태도에 나도 똑같이 반응하면,
쓸만한 무기를 잃어버리게 되고, 싸움은 힘들어집니다.
어차피 이성과 논리로 승부가 나지 않을 토론이라면,
도덕적 우위를 바탕으로 마무리를 하는 게,
K.O는 아니더라도 판정승 정도는 되는 법인데,
(상대방은 내가 이겼다며 정신승리하겠지만)
똑같이 굴면 병림픽에서의 무승부밖엔 되지 않아요.
전,
이것도,
싫거든요.
한다미로 요약하면 제가 토론에서 점잖게 구는 이유는,
1. 토론에서 이기고 싶기 때문인 동시에,
2. 남에게 보였을 때 부끄러운 토론을 하기 싫다,
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허세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요즘 오르비에서의 난장판을 지켜보고 있으면,
차라리 허세가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나잇값' 운운에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ㅠㅠ)
우리 앞으로는,
누가 보더라도,
지나가던 눈팅족이 호기심에 클릭하게 되더라도,
부끄러운 진흙탕 싸움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비아냥거리거나 비꼬는 사람들한테는 어떻게 대응하느냐?
전,
상대 안 합니다.
그냥,
무시해요.
그런 댓글이 보이면,
굳이 답글 안 답니다.
달면,
떡밥을 무는 게 되고,
상대는,
"그렇지!"하며 희희낙락할 게 뻔하니까요.
그런 건, 무시해주는 게 상책입니다.
그래야, 병림픽으로 발전하지 않으니까요.
(영상은 씨스타 신곡 안무연습 영상인데... 정말 요즘 씨스타 왜 이러나요... ㅠㅠ 너무 좋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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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르비에는 3
성대생이 별로없는 느낌이들죠??
아무리 논리가 뛰어나도 '읭 난 논리 펴는데 넌 무식해ㅋ..' 이런 식으로 비추어지는 반응 나오면 보는 사람은 감정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긴 하죠..
최근 일부 닉네임 언급되며 아예 머리아픈 이야기 하지 말라는 말 들으면서 안타까운 마음..
아름다운글입니다 연륜이 느껴지네요(설마 이댓글도 맘상하시게 하는건아닌지 ㅠㅠ)
캬 이거 좋은글이네요.. 그런 뜻이 있으신줄이야 몰랐지만.. 저 진중권책 읽었는데.. 저거 박정희 찬양 책 제목을 깐책아닌가요!? ㅎㅎㅎ 그 에피소드를 들은거같은데... 진짜 서로 냉소적인건 토론의 폼이 무너진다는 말 백번백번 공감합니다!
시스타 좋네요. ㅎㅎ
힐 발목 많이 아플텐데... 운동화 신고 춤추는 분들은 몇 분 안계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팔뚝살만 보면 다른 걸그룹이랑 별차이 없어보이는대 몸매 기울기 차이가 많이 나네요;;;... 잘못 본건가.. ;;;
좋아요 누르고 갑니다.!;;..
어디서든지 토론할때 한발 물러난 자세로 하면
'저 사람은 자기 의견을 상대방 기분을 배려하면서 말한다' 라는 소리를 듣더군요
비겁한건지, 좋은건지 모르겠는데
여튼 그런 분위기가 있더라구요
비단 오르비뿐만 아니라, 어떤 사이트든, 현실이든 그렇습니다
(아 소졸님이 그렇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렇게 받아들이셨다면 죄송합니다)
상대방을 배려해 주는 게 아닐까요....
맞아요 진짜 맞음ㅇㅇㅇㅇㅇ
토론과 논쟁은 다른 것입니다. 진짜 의견을 나누고,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하고 싶다면 토론을 하는거고, "내가 옳다고" 그래서 이기고 싶으면 논쟁을 하는거죠.
여기에서의 상호작용은 어떤것이 되어야 할까요?
쇼팬하우어처럼 논쟁에서 이기는 기술을 배워서 자기가 이겼다라고만 생각하는게 옳은걸까요?
이 글을 보고 제가 느낀 점이네요.
글내용이랑은 관련없지만..
보라 몸매 쩐다 진짜;;; 헐.... 우와..
걸스데이 보고싶다...
반성하고 갑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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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팅좀 해보면 이런저런 논리 앞세워서 어떻게든 이기려고 애쓰시는 분들이 꼭 있는거 가타요...ㅎ
그분들 일이라 뭐라고는 못하겠지만 참 인생 피곤하게 사시는거 같음..ㅋ
오랜만에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제가 오르비 오래 한 입장에서 무명소졸님이 타겟팅이 안돼는 이유는
진보와 보수를 뛰어 넘는 인간적인 감성의 공감이 있기때문같습니다. 지금 저기 시스타 같은거요
시스타 떄문이군요
그냥 씨스타영상 감사합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