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글을 보고 든 생각
제가 과외생들에게 자주 해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 수능에 대한 생각과, 재능과 노력의 경계가 어디일까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이야기입니다. 메인 글을 보고 많은 분들이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으신 것 같아 공유해 봅니다.
수능을 기린 퍼즐 맞추기에 비유하자면, 기린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배우는 과정이 바로 개념 공부에 해당합니다.
기린의 생김새를 충분히 익혔다면, 이제는 누가 퍼즐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맞추는지 경쟁이 시작됩니다.
대치동에서 특급 퍼즐 맞추기 기술을 배우고 스스로도 많은 퍼즐을 맞춰 보며 경험이 쌓인다면 어느 정도의 노하우는 생기겠지만, 퍼즐을 맞추는 속도가 극적으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보다 퍼즐을 빠르게 맞추는 친구들이 분명 존재하며, 그들은 약간의 노하우와 기술만 더해도 좋은 성과를 쉽게 거둘 것입니다.
수능도 이와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개념 학습은 노력만 있다면 대부분 100%는 아니더라도 90% 이상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물론 효율의 차이는 있겠지만, 시간을 충분히 쏟아부으면 개념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 즉 기린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정도까지는 도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올해 수능에서 개념을 몰라서 문제를 틀렸다면, 저는 이것이 "노력하면 실력이 향상되는 부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범위가 제한된 수능에서는 시간을 들이고 반복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전 대비 단계에서는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이 단계에 있을 텐데요. 실모를 많이 푼다고 해서 정말 문제 풀이 속도가 크게 향상되고 많은 문제를 빠르게 풀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런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목마다 차이가 있으며, 분명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기린 퍼즐 비유를 다시 떠올려 보죠. 이제 우리는 기린이 어떻게 생겼는지 완벽하게 익혔습니다. 기린의 모양을 아는 만큼 퍼즐을 맞추기만 하면 되죠. 하지만 제한 시간은 3분, 퍼즐은 64 x 64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간 안에 더 많은 조각을 맞출수록 점수가 높아지고, 이 점수로 전국 1등부터 꼴찌까지 변별됩니다.
어떤가요? 체감이 되시나요? 우리가 퍼즐 맞추기 연습을 아무리 열심히 하고 스킬을 익혀도, 물론 시간이 줄고 익숙해지겠지만, 정말 그게 내 전국 퍼즐 등수를 급상승시켜 줄까요? 게다가 모두가 이렇게 노력하는 곳입니다.
쉽지 않겠죠. 굉장히 힘든 과정일 겁니다. 남들보다 1년 더 연습한다고 해도, 나보다 경험도 적고 스킬도 부족한데 원래부터 퍼즐을 빨리 잘 맞추는 친구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가끔은 잘 하다가도 중요한 순간에 퍼즐 조각 하나를 놓치거나, 잃어버려서 스스로를 자책할 때도 있을 겁니다. 심지어 기회는 1년에 단 한 번뿐이니, 그만큼 긴장이 될 수밖에 없겠죠.
저는 수능이 이와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수능을 못 봤거나 자신의 예상보다 점수가 오르지 않았다고 말할 때, "노력 부족이야"라고 쉽게 단정짓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 학생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합니다. 어떤 부분에서 틀렸는지, 어느 부분이 약한지에 따라 다시 보면 노력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는지, 아니면 그게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수능을 다시 치르면 점수가 조금씩 오를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노력했는데 이 정도밖에 못 봤다고?"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떨어질 수도 있고요. 결국 모두가 노력하는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실력을 늘리기 힘든 퍼즐판에 놓여 있는 셈입니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정말 수능 당일을 포함한 1년 동안 아쉬웠던 점을 되돌아보고, 그로 인해 깊은 미련이 남지 않는다면, 투자할 1년과 오를 수 있는 수능 점수에 대한 무게를 깊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사실 재수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아서 제 생각을 이렇게 끄적끄적 써본 글인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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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결과 안 나오신 분들도 노력 부족이라고 자학하실 필요 없는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