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 문학] 핫산과 개미지옥
외노자였던 핫산은 수능 가채점을 하고 있다.
나이가 28이나 된 핫산은 심장마비가 올 듯한 가슴을 움켜쥐고 컴퓨터를 켠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는 수능이다.
핫산은 미칠 것 같은 머리 속을 정리하려 애쓴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실검 1위인 수능을 클릭한다.
'답.....답이....'
핫산은 1년을 함께한 메가스터디에 들어간다.
'여기서 또 실패하면 다시 철판 공장이야!'
고향에서 고학력자였던 핫산은 과거를 믿고 수능 공부를 한 것이었다.
고향의 가족들에겐 모든 것을 비밀로 하고, 하루 1끼.
컵라면만 먹으며 공부하는 눈물의 생활을 더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모든 것을 체념하고 공장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핫산은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잡고 클릭한다.
가방에서 허겁지겁 수험표를 꺼내, 뒷면의 가채점 표를 책상 위에 올려 놓는다.
깊게 숨을 들이 쉬고, 시작한다.
'35124... 21...37...5....???????'
핫산은 망치로 머리를 크게 얻어 맞은 것 같다.
'아니야. 내가 분명 마지막에 답을 고쳤던....'
핫산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 하나는 틀린거라고 생각하자... 하나 쯤이야...'
그 때, 다른 목소리가 말을 건다.
'아니야. 너 그거 마지막에 마킹할 때 고치지 않았어? 가채점 표만 그렇게 되어 있는 거야.'
강한 의지력을 지닌 동남아 청년 핫산도, 지금만큼은 두부 멘탈을 가졌다.
'그래.... 맞은 거야.. 맞은 걸로 하자고'
핫산은 지금의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게될지, 전혀 모를 것이다...
어려웠다는 언론의 말과는 달리, 핫산은 국어에서 나름 선방했다.
91... 한국에 온지 2년 된 핫산에게 이 정도 점수는 굉장히 높은 편이다.
핫산 자신도 그것을 잘 아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내 다시 진중한 표정을 짓고 다른 과목을 가채점 한다.
'이제 수학 주관식.... 79... ???'
7과 9를 구분하기 힘들게 쓰는 핫산의 습관이 여기에서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여기서 하나를 더 틀리면....'
핫산은 자신의 글자를 7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캥기는 게 있다.
'9가 아닐까,.... 그럼 난 틀리는 건데'
하지만 또 핫산은,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자신에 대한 과신! 이것이 자신을 얼마나 잡아먹을지. 핫산은 알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알고 있지만 지금은 신경쓰지 못한다.
핫산은 나머지 과목에서도 괜찮은 점수를 얻는다.
하지만 그의 목표인 의대를 가기엔 약간 부족한 점수다.
'아니야... 다른 수험생들한테 물어보자.. 이 정도면 의대가 될 거야.. 의대가!!!'
하지만 오르비 타임머신과, 진ㅎ사 모의지원은 매정하다.
그에게 낮은 합격 확률만 보여줄 뿐...
무너진 핫산은 수험생 커뮤니티 오르비에 들어가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오르비는 이런 글로 꽉 차 있다.
'제발 이과 라인 좀 봐주세요 ㅠㅠ'
'라인 좀 봐주시면 삼대가 번영할 겁니다 ㅜ'
그런 글에는 댓글이 하나도 달려 있지 않았지만, 핫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을 쓴다.
'이 정도면 지방 의대라도 가능 할까요...?'
초조한 핫상은 계속해서 새로고침을 누른다.
그렇게 30분 쯤 눌렀을까. 드디어 댓글이 하나 달렸다.
ㅡ와 님, 저랑 점수가 같네요.
핫산은 이내 폭발해버리고 만다.
'난 모든 것을 바쳐서 노력했는데 왜! 왜!! 왜에에ㅔ에!!!'
'그놈으..... 그.. 놈의... 노..력... 노오오오오력...!!! 노오오오ㅗ오옹오ㅗ력!!!!!'
핫산은 결국 울고 만다.
고향의 가족들을 생각하면서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지금 나오기 시작한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그럼 고향의 가족도. 먹여 살ㅡ'
그렇게 핫산은 앞 일을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그 세계의 이름은 입시!
그것은 빠져 나오려고 더욱 더 발버둥 치면 오히려 들어가버리는
무시무시한 사회의 개미지옥이 아닐까...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이거 어케해야 되나요…. 그냥 킵해두고 가만히 있으면 될까요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들어와본 대학 학부 졸업생입니다. 제 친동생이 대학을 정시로...
-
쩝 ㅜㅜ
-
그냥 대학마다 하는곳이 다를거같긴한데 방식은 비슷할거같아서
-
고대 점공 1
왜이렇게 안차지 절반도 안들어옴
-
야간 처음 갔는데 창고정리? 이거 말고는 할만했는데 아직 담배를 못외움 언제부터 할만해질지…
-
ㅈㄱㄴ
-
올꺼면 8월넘어서 오셈 그래야 꿀빨 수있음 ㅇㅇ 일단 지금오면 지옥임
-
확인하려면 1차 합/불 결과를 등록해야 한다는데 등록을 어디서 해야 하나요? 아무리...
-
왜? 높지? 취업도 예전같지 않던데
-
1. 신은 전지전능하다 2. "전능"에 "존재하기"가 포함된다 3. 따라서 신은 존재한다
-
여자 : 대리하신다고 들었어요 남자 : 네 메이플 보스 대리컨 기사요 여자 :...
-
고대 빵 9
근데 애기능은 도대체 뭘까
-
부산대 경영 695.5입니다... 최초합은 어려울까요... 점공률은 이제 40프로네요
-
의치한 목표로 다시해볼 생각입니다 물1 물2중 어느과목을 선택하는게 나을까요?...
-
저번 여름방학에 수투 수분감 2/3정도 끝내고 이번에 기출 다시 돌리려고 기출코드...
-
제/우스 닮았냐.. 말투도 비슷한데..?
-
눈 딱 감고 들어감. 나올 때 ㅈㄴ 대견했음. 관리 폼클렌징 선크림 수분크림 토너로 시작한다....
-
몇 받아야하나요? +과탐도요..
-
텝스 비상 0
영어 6 9 수능 3 3 2인 ㅂㅅ인데.. 텝스를 영어공부겸으로 해보고싶은데요 어떤 교재쓰면 되나요
-
어그로 ㅈㅅ해요 연대 노문 14명 뽑는 과 실지원 76명 점공인원 42명 그 중...
-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ㅠㅜ
-
근데 국어 이거 4
1~4번이 확실하다면 5번은 안보고 적절하지않은 선지의 정답으로 고름? 반대로...
-
서울대 1차 합격자분들 10
-
1차합 하니까 번호가 달라졌는데 그러면 1차때 쓴 수험번호는 쓸 일 없는걸까요?
-
뀨유? 4
뀨우?
-
WASD 11
-
제가 넣은 학과는 아닌데 앞 애들 빠질지 궁금해서….ㅜㅜ 3개를 이미 다 봐서 못 봐요ㅠㅠ
-
돈잇는데 나도 그냥 때려칠까..
-
현장에서 화작 풀면서 했던 생각이랑 나름대로의 팁? 을 적어봤어요 ㅎㅎ 원래 릴스...
-
왜이러죠
-
김승리 선생님 듣고 있는데 다른 부분이 있을까요?
-
서울대 1차 합격 떴냐 11
떴으니까 올리지
-
손들고 질문해도되나요?
-
혼코노 4
제이팝 부름
-
케이크 맛잇다 8
승리쌤 감사합니다
-
공부 잘하는 학교 3점대여도 이러면 cc 가능하지 않나요 2
강남 8학군 상위권 일반고 물화생지 1,2 모두 수강 내신...
-
할 건 없고 실낱같은 희망 그거 때문에 하루하루 말라가는 느낌이고 1시간에 한번씩...
-
정시입학 기숙사 0
무조건 성적순인가요?? 서울대학기준 거리나 따른기준으로는 안뽑나요? 신입생들은 거의...
-
뭔가 욕먹을거같은 느낌이 들어서 많이 쫄리지만… ㅜㅜ 이번에 다군에 상향으로 하나...
-
맥락을 모르니 웃을수가없음
-
지금부터 공부 시작함? 국수는 감 유지만 하고 탐구 위주로 공부 시작할까 하는데
-
2등은 서폿 작년 우승 정글러? 5등
-
얼굴 말고 패션만 보면 잘입은것 같음?
-
재외동포.. 7
나라를 쪼개고 가족을 쪼개고 개인을 고립시켜 시스템에만 의존하도록하는 일련의 계획을...
-
62>63>85 강민철은 신임
-
호
핫산.....
웃긴데 웃을 수 없다...ㅠ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웃프네요
똑바로 써라 핫산!
국어 가채점 못해서 집에오자마자 다시풀었는데 이글보니까 불안하잖아요ㅡㅡ
핫산 연계교재에 나온 인물 아니에요? 아닌가... 헷갈리네
덕고 월요일에 연극보러 간다네요
형은 그때 뭐했나요?
영화본 것 같아요. 라이어 였나. 하는 연극도 봤음
말놓으세요 ㅎㅎ
전 후배니까
숙사 오셨을때 형하고 면담한 7명중 한명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