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is [1120350] · MS 2021 · 쪽지

2024-03-02 10: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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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매우 잘 푸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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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전에 비문학 잘 푸는 법을 올렸는데 어쩌다보니 지금 올립니다. 


사실 애들 가르치면서도 문학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왕도가 없는 것 같습니다. 국어가 원래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자기가 푸는 법을 명료하게 알려주기도 힘들고, 그걸 따라하기도 힘들더군요.


일단 대충 크게 나눠서 설명해주고는 있습니다. 그래도 문제에서 아에 감을 못 잡는 애들한테 "너가 알아서 어떻게 글을 읽어야할지 고민하고 분석해봐." 하는 건 너무 가혹하니까...


1. 기본 개념 암기


일단 먼저 암기를 해야합니다.


처음 문학에 딱 들어오면 애들이 아무것도 모릅니다. 설의법, 대구법, 의인법, 은유법, 직유법, 활유법, 환기, 시적 긴장감 등등...


개념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선지를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문제를 풀겠습니까. 정의를 외울 필요까진 없지만, 이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뉘앙스라도 꼭 숙지하고 있어야합니다.


고3 올라가는 놈이 대구법 몰라서 질문하는 거 보고 있으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2. 문학 많이 접해보기


내가 국어 베이스가 어느 정도 있다면 상관 없지만, 요즘 애들이 문해력이 확 떨어졌다는 걸 많이 체감합니다. 물어보니 도서관은 커녕 평소에 펼치는 책은 문제집 밖에 없다네요.


시는 이해가 우선되기 전에 공감이 들어와야 합니다. 애초에 개인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게 문학인데, 그 해석들 중에서 공통의 공감대를 뽑아서 정답으로 붙여놓은 게 수능 국어니까요.


먼저 문학을 많이 접해봐야 합니다. 이 분위기가 어떤 분위기인지, 화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왜 이런 시가 쓰여졌는지, 배경은 어떻게 되는지.


특히 고전시가에서 심한데, 해와 구름이 임금과 간신으로 비유될 수도 있는 걸 애들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현대시나 문학도 똑같습니다. 애들이 낯선 시들을 처음 보는데, 그걸 해석으로 연결지을 수 있도록 시에 노출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능에서 아예 모르는 시를 만나도 기존에 쌓인 문학 배경들을 토대로 충분히 해석해낼 수 있으니까요. 기본 체급이 부족하다면 문학 작품들을 많이, 꼼꼼히 훑어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로 만약에 초등학생, 중학생이라면 아무 책이든 상관없으니 읽으시길 바랍니다. 만화책도 상관없긴 한데, 기왕이면 why책 같은 시사상식 위주로 읽는 걸 추천드립니다.


물론 글로 되어있는 책이 가장 좋겠죠. 소설이나 그런 것들. 근데 요즘 귀찮아서 안 읽잖습니까. 핸드폰 다 있는데 뭐더러 책을 봐요.


배경지식이라도 쌓으라고 아무거나 읽으라고 합니다. 고등학생 애들은 이미 늦었으니 얌전히 문학 모음집이나 사서 보세요.


3. 선지 분석


자 개념어도 알고, 문학도 이제 대충 뭐가 있는지 알겠습니다. 근데 문제는 어떻게 푸나요?


개념어 암기랑 문학 훑어보기 딱 끝내고 문제 풀어보는 애들이 항상 선지에서 고전합니다. 당연히 애매한 선지들 때문이죠.


국어 시험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문학은 개인마다 해석의 차이가 있는데, 그걸 모두가 '음 그래 이 정도면 정답이라고 할 수 있지.' 하고 인정할 만한 걸 정답으로 해놓은게 수능 국어입니다.


선지를 고를 땐 각각의 참 거짓을 가르는 게 아니라, 가장 이 문학 작품을 설명하기에 적합한/적합하지 않은 것들을 거르는 겁니다. 선지 보다가 애매하면? 넘기고 다음 거 보면 그만입니다.


절대 선지 하나에 매달려서 끙끙대지 마세요. 시간만 잡아먹습니다. 빨리 다음 선지 보시고 절대 아닌 것 같은 것들을 없애보세요. 그러면 공부를 정상적으로 했거나 문제가 정상적이라면 한두개만 남을 첸데, 거기에서 가장 그럴 듯 한 걸 고르면 됩니다.


4. 여담


제가 수험생활 때 오르비에서 참 많은 것들을 찾아봤었는데요. 문학에서는 좋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지만 비문학에선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혼자서 읽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근데 알고보니 비문학 읽는 법도 그렇게 가르치시는 강사분이 계시더라고요? 이렇게 보니 인터넷에 없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근데 항상 내가 인터넷에서 나랑 맞는 정보를 찾아낸다는 보장이 없잖습니까.


저는 항상 가르치는 애들한테 말합니다.


"내가 알려주는 방식으로 하는 것도 괜찮지만, 가장 좋은 건 너만의 글 읽는 방법을 만들어내는 거야."


제가 말씀드린 것도 본인과 맞지 않는다 싶으면 과감하게 무시하세요. 인생을 결정하는 건 언제나 본인입니다. 성공적인 수험생활을 보내고 싶으면, 이게 나한테 맞는지 아닌지는 스스로 판단할 줄 알아야합니다.


너무 인터넷을 믿지 마세요. 제가 쓴 글도 이렇게 푸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보시면 됩니다. 참고용으로만 쓰세요. 제가 항상 가장 추천하는 방식은 본인만의 글 읽는 법을 찾아내는 겁니다.


긴 수험생활 힘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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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예뽀디가드 · 1186973 · 03/02 11:18 · MS 2022

    궁금한게 있습니다! 저는 23,24학년도에 입시를 치르면서 문학 문제를 틀린 적이 있긴 하나, 문학작품 자체에 벽을 느낀다거나 이해가 전혀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근데 24학년도 9월 모의고사 '문의당기'와 24학년도 수능 '골목 안'은 현장에서 읽으며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겠더라구요.. 이런 높은 수준의 문학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입시가 끝났음에도 수능 문학을 정복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워서요

  • Nevis · 1120350 · 03/02 17:16 · MS 2021

    문학 작품이 어려워도 저는 기본적인 글 읽기 베이스가 있다면 충분히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골목 안의 경우에는 소설인데, 이 경우에는 사건과 배경, 인물을 중심으로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쉼표가 난무해서 내용을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중략 이전에는 갑순이 할머니 + 딸(아마도 갑순이) + 집주름 양반 vs 갑득이 어미 + 을득이 의 진영간 갈등 관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략 부분에서 불단집 소유의 뒷간에 양 서방이 갇혔다고 했습니다. 이후 을득이한테 저의 아비가 갇혔다고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보아서, 갑득이 어미와 양 서방이 같은 진영이고, 갇혔다는 사건을 통해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근데 지문에서 드러난 부분을 보면 양 서방을 가둔 사건을 갑순이 할머니가 의도한 것은 아니라는 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아니더라도, 이웃이 동조해서 갑순이 할머니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작품 내에서는 그렇게 인지되고 있습니다.

    살짝 읽어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는데, 처음 보면 충분히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설이라는 특성상 결국에는 사건과 인물 간의 관계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정 이해가 힘들다면 저는 선지에서 힌트를 얻어보는 것도 애들에게 조심스럽게 알려주고는 있습니다.

  • Nevis · 1120350 · 03/02 17:16 · MS 2021

    적어도 4개 선지는 확실하게 맞거나 틀리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작품을 어떻게 해석해야하는지에 대한 힌트는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위험도가 큰 방법입니다. 예시로 28번의 1번 선지에서 "집 안에서의 대화가 이웃에 노출되어 인물의 속내가 드러난다." 라고 나와있는데, 본문에선 "사실, 을득이 녀석이 나중에 보고하는데 들으니까, 저녁 때 돌아온 집주름 영감이 그 얘기를 듣고 나자," 에서 위 선지가 그럴 듯 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인물의 속내가 드러난다는 것 자체부터 인물이 겉으로 말한 "애최에 늬가 말 실수헌 게 ~ 네 잘못이야." 가 빈말임을 알 수 있고, 여기서부터 갈등이 시작된다는 걸 유추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위 선지가 틀렸을 가능성도 있으니, 이후로도 맹신하지 말고 계속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저도 국어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긴 하지만, 아직 문학을 어떻게 풀어야 한다는 확실한 답을 내지 못했습니다. 단지 꾸준히 쌓아온 독서 경력이 국어 실력에 큰 도움이 되고, 그런 실력은 모의고사에서 일부분만 발췌되는 문학 지문으로도 충분히 키울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결론은 많이 읽고 견문을 쌓다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입니다. 또한 문제 유형(소설, 시, 고전시가 등)에 따라서 나만의 접근법을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고요. 명확한 답을 드릴 수 없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해결되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