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벙 [928022]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3-12-10 15: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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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수능치기 (3) 성장기 + 수능 응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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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입니다. 이때까지 부대에 적응을 잘 하고 수능 공부를 시작했으면 적어도 일말~상초 정도의 짬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때부턴 허드렛일을 본인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되며, 군번이 풀렸으면 실세 자리도 노릴 수 있는 그런 위치입니다. 업무는 이때쯤 완벽히 숙달되어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며, 개인정비 시간에 별다른 일이 없으면 누가 터치할 일도 없습니다. 공부의 스퍼트를 올릴 시기입니다.


전 편과 비교 시 뭐가 달라지냐면, 자잘구레한 일들에서 먼저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개인정비 시간에는 그냥 공부방이나 싸지방 가서 열공하세요. 그리고 슬슬 짜투리 시간, 할일 없는 일과 시간에 책을 좀 봐도 됩니다. 짜투리 시간은 아침, 점심식사 시간을 의미합니다. 짜투리 시간은 거의 개인정비 시간처럼 집중도 100%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단, 일과 때는 간부나 선임들의 눈치를 보면서 눈치껏 공부하세요. 이때 하는 공부는 아무래도 일이 생기면 바로 움직여야 되기 때문에 집중도 100%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한 40~50%? 그래서 전 그냥 EBS 독서랑 문학을 책 읽듯이 계속 읽었습니다. 아니면 그냥 수학 N제를 풀었고요. 일과 시간에 국어나 과탐 공부는 진짜 비추드립니다.


이렇게만 해도 일병 때보다 공부 시간이 1~2시간 더 늘어날 겁니다. 연등까지 포함하면 평일에 하루 약 5~6시간 정도 공부할 수 있는 것이죠. 게다가 주말 개인정비 시간도 눈치 안보고 마음껏 공부할 수 있으니 공부 효율은 엄청 높아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군대지 재수학원이 아닙니다. 몇 가지는 신경 써줘야 합니다. 


첫째, 공부하는 데 윗사람이 일을 시킨다고 불편해하지 마세요. 물론 저도 집중하다가 흐름 끊기면 기분이 좋진 않지만, 원래 군대는 명령 내리면 따르는 곳입니다. 그냥 바로 책 덮고 일 빨리, 깔끔히 끝내고 다시 공부해도 시간 안 모자랍니다. 표정관리 못하면 불편한 기색 내비쳤다고 찍혀서 향후 공부에 방해될 확률이 훨씬 큽니다. 향후 공부를 위해서라도 지시사항은 즉각 이행하세요. 더불어서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는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둘째, 신병들 교육은 어느 정도 맡아줘야 합니다. 한 상꺾 전까진 신병을 직접 케어하는 위치일 텐데, 처음엔 많이 귀찮습니다. 얘는 도대체 훈련소에서 뭘 배워온 거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우리 모두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친절하게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려주세요. 그것이 인간적인 도리이기도 하고, 실리적으로 보았을 때도 신병이 1인분을 빨리 해내면 내 몫이 줄어들어서 공부에 집중하기 더 편해집니다. 사람들이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것은 덤이고요. 한 상초까진 인수인계나 신병 교육에 신경 써주는 게 이득입니다. 상꺾~병장 때부턴, 뭐 신병 케어는 놓으셔도 됩니다. 그때쯤 되면 제 조언도 필요없으실 거고.


셋째, 수능 휴가 일정을 간부들과 지속적으로 상의하세요. 군생활을 잘하면서 수능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음을 피력하면, 간부들이 시험 여건을 봐줄 확률이 높습니다. 특히 6평, 9평, 수시 원서 접수 등에 훈련과 일정이 겹치면 많이 피곤해집니다. 부대에서 수능응시를 위한 휴가는 내보낼 의무가 있지만 위의 일들은 안 보내줄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간부들과 관계가 좋다면? 모의고사나 수시 원서 접수를 위해 훈련때 휴가를 승인해 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수능 전에 길게 4주 동안 휴가를 썼는데요, 월~금 찍턴을 몇 번 했습니다. 대부분의 부대에서 이를 허용해 주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저도 혜택을 받은 거죠. 덕분에 마지막에 스퍼트를 올릴 수 있었고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일단 전반적인 군생활 동안 군수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줬는데요, 육군 일과 시간 동안 공부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안 적은 것 같아서 사진으로 첨부합니다. 


부바부니까 참고만 하세요! 

특히 평일에는 짜투리 시간이 정말 중요합니다. 공군 등 타군은 다를 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자기가 굳은 의지가 있다. 군수 무조건 추천드립니다. 남자는 2년을 손해본다고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어차피 현역으로 대학 간 애들도 군대 다녀와야 합니다. 군수는 공짜 2코인이예요. 그리고 진짜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 향상을 이룰 수도 있고요. 사회에 있을 때보다 공부가 힘들겠지만, 어차피 사회에 있을 때도 힘들게 공부해야 해요. 게다가, 군대에 있으면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확률이 높습니다. 기회비용이 없다는 게 진짜 진짜 큰 겁니다.  


저는 군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수능을 친 적도, 수능을 준비한 적도 없습니다. 오직 군대 안에서 공부해서 서울대 의대에 붙을 만한 성적을 얻었습니다. 물론 저는 운이 좋은 케이스지만, 반대로 말하면 운이 좋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할 수 있어요. 운은 원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겁니다. 올해 수능 응시한 군수생들 정말 수고하셨고, 또 내년 수능 응시 예정인 군수생들을 응원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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