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궁금한 내 재수/대학생활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그냥 재수와 대학 생활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서 끄적여봅니다.(지금 수업 시간임 ㅋㅋ)
저는 재수를 했습니다. 사실은 반수죠 한 학기를 성대에서 열심히 다녔으니까요. 저는 성대에 굉장히 만족했었고 상향으로 들어갔지만 제가 원하는 학과가 아니였습니다. 그냥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학과를 들어가서 적응하기 힘들었고 5월달엔 반수를 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반수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처음엔 강대 S2가 좋다길래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갔습니다. 원하지 않는 수업을 들어야하고, 교재도 계속 쌓이고, 왔다갔다 하는 시간도 아까웠습니다. 물론 유명한 선생님들도 실제로 보고 신기했지만 그게 다였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시골에서 나와서 인강과 자습이 익숙했거든요.
그래서 두 달 뒤 저는 러셀로 옮기게 됐습니다. 러셀은 아예 자습으로 하는 분위기였고 단과도 딱히 들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대로 공부할 수 있었죠. 그래서 제가 못하는 국어에만 하루에 6시간 공부하기도 하고 영어 하기 싫은 날에는 그냥 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오르비를 하면서 조언들을 들으며 했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냥 사람들에게 박수받고 관심받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 같습니다.
매일 13시간 공부하면서 느낀것은 언제까지 이걸 계속 해야하는지 그리고 이렇게 해서 내가 가고싶은 학교에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었습니다. 매일매일 그냥 모의고사 풀고 n제풀고 반복이었습니다. 지겨웠어요. 그치만 멈출 수 없었습니다. 날 믿어주는 부모님과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있었으니까요. 어찌저찌 버티고 버텨 수능날이 됐습니다.
저는 수능날 수학까지 풀고 어? 인터뷰 하겠는데?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혼자 자만에 빠져서 방심했다가 인터뷰는 항상 1등급 고정이던 물리를 2등급을 받았고 만점인줄 알았던 국어는 83점이었습니다
결과는 31121 가고싶었던 수의대는 커녕 서성한 공대로 다시 돌아갈판 이었습니다. 결국 수시로 넣은 고려대 최저를 맞추어 고려대 기계공학부를 들어가게 되었고 제 인생중 12년동안 꿈꿔온 수의사의 꿈을 버리고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그냥 고려대라는 간판만 믿고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라는 생각으로 다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려대 1학년의 학교 생활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입실렌티, 합동응원전, 고연전 등 다른 학교에서는 즐길 수 없는 문화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또 다시 기계공학부를 다니며 내가 이쪽으로 평생 살아갈 수 있을까? 기계공학에 대해 꿈조차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 혼자 관심이 많았던 패션/ 유튜브 등등으로 가야겠다고 진로를 확실히 정했습니다. 근데 왜 계속 고려대를 다니냐구요? 저는 오히려 고려대에 들어와서 이런 저의 꿈을 새로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경험들을 해보고 많은 사람들과 대화해보면서 제가 무엇을 좋아하고 나라는 사람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패션이나 유튜브쪽으로 못가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기계공학으로 돌아가 취업이라도 할 수 있겠죠.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N수는 굉장히 괴롭고 힘듭니다. 또한 N수는 하면 할수록 자신의 가치가 수능에 얽매인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여러분의 꿈이 메디컬/sky가 아니라면 웬만하면 수능은 그만 보시고 학교를 다니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물론 오르비가 수능 커뮤니티고 메디컬에 꿈꾸는 사람도 많겠지만 과연 자신이 의사가 되고싶어 되는 것인지 사회가 의사를 되고싶어해서 자신도 되고 싶어하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고 수능도 다시 생각해보세요
인서울 했다면 학교를 다니며 여러 경험들을 해보고 식견을 높이는 것이 자신의 꿈을 찾고 더 구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국어 3등급이라 글을 잘 못쓰네요 다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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