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망쳐도 좋으니, 포기하지만 마세요
오늘은 구체적인 공부법도 아니고 그냥 자기계발서 문장처럼 보일 수도 있는,
어찌 보면 낯간지러운 소리일지도 모르는 내용이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매우 중요한 내용이라 적어보겠습니다.
"도망쳐도 좋으니, 포기하지 마라"
우리에게 공부는 '해야 하는 것' 이겠죠.
"하루에 몇 시간은 공부 해야 해"
"하루에 수학 몇 문제는 풀어야 해"
"내일까지 숙제 해가야 해"
공부를 하다 보면
나에게 주어지는 의무들이 많고,
내가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의무들도 많을 겁니다.
의무들이 많아질수록 공부하는 게 힘들 것입니다.
하겠다고 다짐한 것을 못 해내면 스트레스도 받겠죠.
"내일까지 숙제 했어야 하는데 못했어."
"하루에 모의고사 하나씩 푼다고 다짐했는데 못 했어."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했는데 못 했어...."
본인의 의지력을 탓할 수도 있겠죠.
내가 더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놀아서... 졸려서... 의지가 약해서...
나는 원래 재능이 없으니까... 집중을 못하니까...
합리화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아, 그런데 우리 조금만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혹시 너무 무리한 요구를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하고 있는 이게 정말 내게 도움이나 되는 걸까요?
우리는 스스로에게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스케줄에 쫓기고, 숙제에 쫓기고, 의무에 쫓기면서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조금 여유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생 때 김동욱 선생님 수업을 들었는데,
들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연필통' 이라는 게 숙제로 나옵니다.
한 주 숙제고, 백몇십 페이지짜리 책입니다.
초반에는 열심히 풀었죠, 한 주 숙제로 책 한권을 주는 게 고맙고 놀라워서,
이걸 다 풀기만 하면 국어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지만 슬슬 의문이 들더라고요. "이걸 다 푸는 게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될까?"
"이거 풀 시간에 내게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찾아 공부할 순 없을까?'
그래서 저는 과감히 그냥 안 풀기로 했습니다.
뭐 정말 아예 안 푼건 아니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군데군데 풀었네요.
그거 풀 시간에 교재에 있는 지문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읽어보고 가는 게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어찌 보면 저는 의무로부터 도망친 것이죠.
스스로에게 '한 주에 연필통 하나를 풀겠다!'라고 다짐했지만, 그 약속을 그냥 깨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절대로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공부를 더 잘 하기 위한 결정이었죠.
이것이 '도망치되, 포기하지 마라' 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공부하다 너무 힘들면 잠깐 자도 됩니다. 노래방을 가거나 pc방을 가던 마음대로 하세요. 잠깐 도망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마세요. 잠깐 도망치는 시간조차도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하세요.
"이것들만 다 풀면 성적이 오를 거야..." "이 선생님 커리 다 타면 성적이 오를 거야..." 이런 생각?
말도 안 되는 소리고, 그렇게 공부하다 보면 남는 것은 좌절뿐입니다.
어차피 공부의 키를 스스로 쥐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뭐 결과적으로 결론은 식상하게도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의 판단으로,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을 하세요.
그게 잠시 의무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라 할지라도요.
그것이 결과적으로 내가 공부를 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중에 결과를 받아 들고, 본인이 정말 도망치는 시간조차도 목표를 위해 썼는지,
아니면 그냥 이 글을 자기합리화 수단으로 받아들였는지는
아마 본인이 가장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본인이 공부의 키를 쥐었었다면, 성적이 떨어진들 아쉬울 수는 있겠고, 좀더 열심히 할걸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더 잘하겠다 다짐하거나, 혹은 해볼 만큼 했으니 결과에 만족한다거나 할 수 있을 겁니다.
혹시 내가 너무 많은 '해야 할 일'들에 떠밀려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또 1문턱에서 좌절을 하자마자 잇올에서 상의탈의를 하며 포효를 하는 귀여운 청년! 시발....
-
9모 11222 2
언미생지…. 메디컬 가고싶음 … 엄청 열심히 해야할듯….
-
한창 공부 잘할 때도 70점대나왔는데
-
괴탐 걱정ㄴㄴ 3
분리변표+가산점 받아서 과탐백분위=사탐+10 될 예정임ㅇㅇ 반박 안받음
-
6평 11214 9평 13122 둘다 5합 9지만 6평 텔그론 조선대 의예가...
-
쉬는 시간 끝나기전에 뽑아야되는데
-
얼마나 어려울까
-
수능은 어떡하지? (X) 내년은 괜찮으려나? (O)
-
잔잔한게 폭풍전야같은게 소름끼쳐서 탈릅하고 내적수렴해야지..
-
아 존나 하 2
하
-
복학하는것보다 다른과로 옮기는 게 낫지아늠?
-
이거 ㄱ 선지에서 저는 아래 화성암이 짤렸으니까 난정합이라고 봤는데 해설은...
-
과4들 사탐런했으니 1컷 50에 2등급증발일거다!! 이러더니 까보니까 평균점수도...
-
한녀민국에서 살 이유가 없노 난 매국하련다..
-
오메 2
20렙이 되어부렀네 줄여야되는데...
-
이거 정상이죠?
-
물스퍼거의 효과는 대단했다
-
현실적인 순공 8 ~ 10시간씩 꾸준히 내는 분들 모집합니다....
-
일반고 이과 최저 맞춰야하는 학생입니다 3합7도 있고, 2합5도 있는데 탐구는...
-
송도에 캠퍼스 예뻤는데 너무 멀다
-
수학공부 하기 싫으니까!
-
빡모 시즌2 1~5,강대x시즌2 5~8 전부 14 15 22 10
이렇게 틀리는데 어캐 학습해야함? 계속 풀어도 계속 저번호대 틀림 22번은...
-
왤케 하나같이 좆같이생겼지
-
어렸을 때부터 책 많이 읽거나 타고난 독해력이 좋아서 전반적인 학습 효율이 좋거나...
-
순서/삽입 문제는 골라드리지 않습니다. 왜냐... 다 중요해요. 순서/삽입 기조는...
-
미적 만점백분위 8
100아닌적이 있었나요? just 궁금증
-
숫자가 1이라도 들어간 경제학, 경영학, 통계학, 사회과학 등은 쳐다도 안 볼듯...
-
올해 수능장에서 애들 국어수학 치고 곡비마냥 통곡하고 오줌지릴거같은데(실제로 작년에...
-
기억이 안 나네요 청주였는데..
-
가본 캠퍼스 2
광운대 아주대 가톨릭대 인하대 간 이유는 같은데 그건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
님들 1년전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은 거 있어요? 17
있으면 여기다가 함 적어주시죠 뭔가 저에게 도움 될 게 많을거같아요
-
오히려 그때 벽을 느껴서 다행인것같음 못하는거 모르고 대가리 깨진상태로 수능에서도 골랐다가 큰일날뻔
-
서울대 관악캠 서울대 연건캠 연세대 신촌캠 서강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명륜캠 한양대...
-
작년 9평도 쳐본 사람으로서 올해 9평이 그정도로 쉽지는 않았다고 생각함 수학...
-
본인 물1 업적 1
21수능과 25 9평을 모두 현장응시 이정도면 물시험 유도기 인정해줌?
-
숙제용이긴한데 쨋든 21분컷 캬
-
생윤러분들 정약용이 사적재산을 소유해선 안된다 라고 하면 맞는건가요? 공사를...
-
그곳에 추억을 두고 왔기 때문에
-
대학진학고시라고 해라 이게 무슨 19살들이 응시하는게 적합한 시험이냐 작년의...
-
오만의죄 5
크루엘 썬
-
집에서 뜨뜻하게 있어 약 잘 챙겨먹고 밥 잘 먹고 잠 잘자고
-
경희대 질문받습니다 16
학교 시스템은 잘 모르고 생활 환경 분위기 등등 환경적인 면 알아요. 설캠 국캠...
-
카톨릭대 성의교정 병원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사먹는게 멋있어보이더라
-
언매 87 81 74 화작 89 84 76 미적 84 76 66 기하 84 77...
-
기존 언어 사용 방식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게 딱 몽미 아님? 아줌마 몽미 만질래,,,?
-
독서는 별로 상관없고 문학이 퀄 괜찮은 거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
-
서울대 관악캠 서울대 연건캠 인천대 교원대 생각나서 써 본
-
살면서 본 모든 국어 시험(집모학원모학평평가원) 중 2등급이 손에 꼽습니다. 23...
-
이거 보정해서 중간2 나옴?
-
1박 2일 잡고 다녀올것같은데 언제쯤 가는게 제일 좋을까요? 다녀오면 자극 쩔 것...
인상깊은 칼럼 고맙습니다:) 잘 읽었어요!-!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힘들때마다 정독하러 오겠습니다 절대 지우지마요!
ㅋㅋㅋㅋ 알겠습니다!!
올해 혀녀기인데 와...진짜 너무 위로가 되는 글이네요
작년 결방학에는 문제집 한 권을 하루면 마스터하는 미친 공부량을 소화했었는데
올해 결방학때는 너무 방향성을 조절하느라 공부를 많이 못 해서 자괴감이 너무 들었었어요
그래도 공부의 방향성을 거의 완벽하게 잡았다는 것으로 위안삼고 있었는데
이 글을 보니 정해진 본성을 깨부수고 앞으로 나아간 제가 너무 대견해지네요
겨울방학동안 쌓은 수많은 자기성찰, 반성을 토대로 1년을 후회없이 보낼 준비가 된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ㅠㅜ
스스로 길을 찾았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꼭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도 정말 이거 같네요
매일 도망가는 N수생 버러지면 7ㅐ추 ㅋㅋ
일단 나부터
자기가 뭐가 부족하고 자기한테 뭐가 도움이 될지 생각해보고
도움이 될만한것만 골라서 공부하는게 ㄹㅇ중요한듯
매번 공부해야지 하면서 하루가 끝날때 막상 집중시간은 5시간도 채 안되서 많이 힘들었는데 감사해요 누워있었는데 이 글 보고 스터디카페 가려고 씻고있습니다
잘됐네요!! 앞으로 포기하지 말고 계속 힘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이거보고 수학학원에 요청해서 시험마다 푸는 7권의 문제집 그냥 쎈하나만 풀고 시발점 병행하기로 했어요 감사합니다 이제야 수학만 잘나오고 다른건 그저그런 이유를 알것같네요
오오 행동하셨다니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이 글보고 듣던 뉴런치우고 메이플켰습니다. 감사합니다
어 이게 맞나...?
제가 현역때 실패한 이유가 정확히 적혀있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댓글도 감사합니닷
선생님 커리큘럼 따라가려고 아둥바둥.. 밀려서 걱정하고 좌절하던 저에게 정말 키를 던져주신 것 같습니다. 잠깐 멈춰서 내가 뭘 공부했는지 돌아보고 다시 출발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칼럼으로 또 중요한 한 가지를 얻어갑니다:) 감사합니다!!
얻어간 게 있다니 정말 잘됐네요!! 앞으로 더 열심히 글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