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부로 [326183] · MS 2010 · 쪽지

2014-03-11 00:46:06
조회수 10,797

연의본과생의 과거회고록(1) - 밑바닥에서 탈출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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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안녕하세요
오랜시간동안 오르비를 잊고 살다가 오랜만에 방문하니까 감회가 새롭네요
제 소개를 잠깐하자면 07년 수능을 봐서 미끌렸다가 오랜시간이 지나고 돌고 돌아서 현재 연대의대 본과생활을 하고있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뜬금포이긴 하지만 예전에 오르비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건은 (아실지 모르겠지만...)냐홍홍님의 서울대의대 가짜 수기사건... 지금도 가끔씩 사람들이 성지순례를 한다고 들었는데  -.-;;

아무튼 글솜씨도 없는 제가 여기에 글을 올린 이유는 제 자랑을 하고싶어서가 아니라.....
노력은 절대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때문입니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중학교를 다니며 360명 가운데 280등 정도 했었고 공부와는 전혀 친하지 않은,  하지만 술담배는 하지 않는 말그대로 학교에 가방만 매고 왔다갔다 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그당시 거상이라는 게임이 학교에서 유행이었는데...그 게임을 손대면서 ....나는 막장을 향해 치닫게 되었다. 매일 피씨방에서 살게 되면서 옷에 담배냄새를 달고 살게되었다. 그때당시에는 시험기간에는 의례 친구들과 독서실을 가는게 유행이었는데, 독서실 건물의 구조를 살펴보면 4층에 독서실이 있으면 항상 그 아래층이나 윗층에는 피씨방이 있었다. 그래서 시험공부를 40분쯤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하는데 친구들과 조금만 쉬고 다시 시작하자는 명분으로 피씨방에 내려가서 게임을 하다보면 어느덧 밤 12시가 되곤 했다.... 어느날은 피씨방에 갔다가 12시 넘어서 집에 돌아갔는데 (그때 당시는 10시넘어서도 피씨방에서 청소년들이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집대문이 잠겨있는 것이었다. 집에 벨을 눌렀고 인터폰 사이로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 '너같은 아들은 필요없으니 집에 들어올 생각 하지 말아라'.....음....처음은 좀 당혹스럽긴 했으나 어린마음에 드는 생각은 집에 안들어가도 되면 다음날 학교가기 전까지 피씨방에서 게임을 더 할 수 있다는 기쁨....난 피씨방에서 밤을 새고 다음날 학교에 가서 숙면을 취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막장이었던것 같다.

그랬던 내가 공부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하게 된건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긴 했지만 가장 큰 계기를 제공한건 나의 짝꿍이었다. 아무리 공부에 관심이 없고 막장이긴 했지만 약간의 양심은 있었던지라 ... 나름 시험기간에는 교과서 정도는 읽으려고 노력은 했다. 교과서에 있는 수학 연습문제를 풀던 도중 내 나름에는 어렵다고 느껴서 반에서 1등이고 공부잘하는 짝꿍에게 물어봤는데 ... 돌아오는 대답은 '야 브스?야 이것도 모르냐? 공부좀 해라' 였다. 친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린마음에 상처가 생기는 건 어쩔수 없었나 보다. 지금도 기억나는거 보니.... 아...나도 자존심이라는게 있는데 고작 공부하나 못한다고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술담배는 절대 손에 대지도 않았고 가출도 한적이 없고 단순히 공부하나 못했을 뿐인데.... 학교 담임선생님은 내이름조차 모르고 , 집에서 부모님은 내놓은 자식으로 생각하시고, 짝꿍에게 공부못한다고 브스?소리나 듣고...참 서러웠다.... 공부가 뭐길래...공부를 못한다고 패배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너무 싫고 짜증이 났었다. 성적으로 그사람의 모든 인생을 평가받는 이런 현실이 너무 싫었고 역겨웠다. 사람취급받지 못하는 서러움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어느날 학원에 갔다가 집에 혼자 걸어가던 길에 (그날 역시 학원수업때 무슨말인지 하나도 못알아먹고 그냥 멍때리고 있었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쟤 뭐지? 무슨일 있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서럽게 펑펑 울었던것 같다.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단순히 공부하나 못한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자신이 한심하고 불쌍하게 느껴졌던것 같다. 그런가 동시에 마음속 한구석에서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깟 공부가 뭐라고 내가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 살아야되지? 그래. 더러워서 공부 까짓거 한번 해준다. 만약 이번에 정말 죽기살기로 공부해도 안되면 공고가서 빨리 취업하고 돈벌고 만약 성적이 조금이라도 오르고 가능성이 보이면 더러운 공부 내가한다.'

그후 중학교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4주전부터 다니던 학원도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쓰고 그만두고 집앞 도서관에 다니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맨처음 학원을 그만둔다고 했을때 특히 어머니의 반대가 매우 심했었다. '아들아...너 지금 학원에 다니니까 이정도하는건데...학원그만두면 혼자서 어쩌려고 그러니...' 하지만 부모님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그날 학원에 찾아가서 그만둔다고 말씀드리고 남은 학원비를 환불했다. 그 남은 돈으로는 피씨방.....이 아니라 교과서만 보면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습서를 사고 도서관에 다니면서 밥값으로 썼다. 그후로부터 학교가 끝나면 바로 도서관에 가서 도서관의 불이 꺼질때까지 죽기 살기로 열심히 했었던것같다. 무엇보다도 절박함이 그렇게 공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만약 여기서 해도 안된다면 나의 인생이 어떻게 굴러갈지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절대 공고를 비하하는게 아니라 그때 당시 어렸던 본인의 얕은 생각이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맨처음 편 책은 도덕교과서...이유는 그나마 만만해보여서 ^^ㅎ
하지만 몇 페이지 읽다가 유교사상, 삼강오륜 등....제가 이해할수 없는 어려운? 단어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데 앞이 깜깜했다. 쉬운 도덕교과서 조차 이모양 이꼴인데 ...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아....죄송해요... 제가 내일 과제가 있어서 이만 줄이고 내일 이어서 계속 쓰도록 하겠습니다.
허접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혹시 마음에 안들거나 하시면 따끔한 일침 부탁드립니다.
댓글로 피드백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들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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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게시판에 다음글 올렸습니다.
허접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관심가지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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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시 · 346903 · 14/03/11 01:04 · MS 2010

    그래도 그 나이에 그런 오기를 품었다는게 대단하네요.
    전 그때 별별 소릴 다 들었지만 오기는 커녕 아무 생각도 안들던데...

  • 싸부로 · 326183 · 14/03/14 15:35 · MS 2010

    감사합니다...왜그랬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는 않지만... 지금은 저때만큼 공부가 잘 안되네요ㅠㅠ 열심히 해야하는데.....

  • 오이잉 · 456476 · 14/03/11 06:40 · MS 2013

    다음내요궁금해요ㅠㅠ 진짜저랑비슷한것같아요. 전 약간탈선했지만 그래도 담배안하고학교도 잘다니고 가출도안해봤는데 그냥공부안하다가 고3부터시작했거든요..그리고..2014년12월달에 세상에쓴맛?을 제대로 혹독하게 경험하고 재수중이예요. 의대가려고!!! 빨리다음내용읽고싶어요ㅠㅠ

  • 싸부로 · 326183 · 14/03/14 15:37 · MS 2010

    오이잉님~ 너무 조급해 하지 마세요^^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늦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본인의 생각일뿐....(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공부하게 되면 조급함만 생기고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다시 하나하나 차근차근 화이팅입니다!!!

  • 오이잉 · 456476 · 14/03/11 06:40 · MS 2013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오이잉 · 456476 · 14/03/11 06:40 · MS 2013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생산적하루 · 477955 · 14/03/11 06:51 · MS 2013

    재수생인데도 그런 절박함이 안생기는 나는 뭐지...

  • 싸부로 · 326183 · 14/03/14 15:38 · MS 2010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게 되면 저절로 생기지 않을까요?ㅎ 그렇다고 너무 조급해하지는 마세요. 재수생활 힘드시겠지만 화이팅입니다!

  • 15학번연자전 · 479694 · 14/03/11 07:45 · MS 2017

    뒷이야기,, 넘궁금

  • 싸부로 · 326183 · 14/03/14 15:39 · MS 2010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기게시판에 다음글 올렸습니다ㅎ

  • The_Cynical · 429245 · 14/03/11 10:24 · MS 2012

    기승전과제잼

  • 싸부로 · 326183 · 14/03/14 15:39 · MS 2010

    댓글 센스 굿입니다^^ㅎ

  • 끝이아니라는 · 464209 · 14/03/11 11:22 · MS 2013

    현기증나니깐 빨리올려주세요

  • 싸부로 · 326183 · 14/03/14 15:40 · MS 2010

    현기증 안나도록 다음글 올렸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싸부로 · 326183 · 14/03/11 11:30 · MS 2010

    중간에 글이 끊겨서 죄송합니다ㅜㅜ 오늘 아침에 틈나는대로 수기게시판에 그다음글 올렸어요 관심가지고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전투개미 · 400072 · 14/03/11 16:37 · MS 2012

    '중3때 부터'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을 본 순간. 이 글은 내 것이 아니었다.

  • 내가안했어요 · 442285 · 14/03/11 16:41 · MS 2013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쌀포대 · 488037 · 14/03/13 16:54 · MS 2016

    ㅋㅋ 저도 공감 한표욬ㅋㅋ

  • 싸부로 · 326183 · 14/03/14 15:41 · MS 2010

    전투개미님~ 화이팅입니다^^

  • 오르고보니정상 · 439043 · 14/03/11 16:45 · MS 2012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고미디15ㄱㄱ · 439425 · 14/03/11 23:05 · MS 2018

    중3에 오기가생겼고 스스로 도서관을 다닌것부터 작성자분은 그릇이 다르다는것을 알 수 있습니다ㅋㅋㅋㅋ다음편좀요 현기증난단말이에요...

  • 싸부로 · 326183 · 14/03/14 15:41 · MS 2010

    칭찬해 주시니 몸둘바 모르겠네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글 올렸습니다~

  • 공부좀해라 · 409773 · 14/03/12 00:24 · MS 2012

    지금 강대에서 재수중인데 다음글 빨리 올려주세요! 자극받고 이제부터라도 열심히하게 ㅠㅠ

  • 싸부로 · 326183 · 14/03/14 15:42 · MS 2010

    제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화이팅입니다ㅎ
    다음글 수기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 수학동아 · 441532 · 14/03/12 00:35 · MS 2013

    저도재수중인데절박함이안느꺼지네요.그냥열씨미할땐열심히하는데.놀땐또놀게되버려요.학원자습땐열심히되는데꼭마음먹고집에오면 놀게되네요.. 이건잘못된게맞는거죠ㅜ?

  • 싸부로 · 326183 · 14/03/14 15:43 · MS 2010

    놀고싶은건 어찌보면 당연한겁니다ㅎ 잘못된게 아니예요. 매일매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잖아요. 조급함을 갖지말고 차근차근 노력해보세요ㅎ 화이팅입니다^^

  • 수학동아 · 441532 · 14/03/15 16:11 · MS 2013

    ㅎ넵ㅎ자꾸저말고다른사람들이다공부하고있다고느껴져서제가좀조급했나봐요.ㅎ이제부터라도놀지않으려고더추스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

  • 김짱이오 · 516133 · 14/08/03 10:17 · MS 2014

    브스가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