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 한 편
읽고 가셔용
생일-김소연
흰쌀이 익어 밥이 되는 기적을 기다린다
식기를 가지런히 엎어 두고
물기가 마르길 기다리듯이
푸릇한 것들의 꼭지를 따서 찬물에 헹군다
비릿한 것들의 상처를 벌려 내장을 껀내다
이 방은 대합실의 구조를 갖고 있다
한 정거장 한 정거장 파리함과 피곤함을 지나쳐 온 사람이
기다란 의자에 기다랗게 누워 구조를 완성한다
슬픔을 슬퍼하는 사람이 오로지 슬퍼 보인다
사람인 것에 지쳐가는 사람만이 오로지 사람다워 보인다
안식과 평화를 냉장고에서 꺼내 아침상을 차린다
나쁜 일들을 쓰다듬어주던
크나큰 두 손이 지붕 위에서 퍼드덕거릴 때
햇갈이 집안을 만건곤하게 비출 때
미역이 제 몸을 부풀려 국물을 만드는 기적을
간장 냄새와 참기름 냄새가 돕고 있다
살점을 떼어낸 듯한 묵상이
눈물처럼 밥상에 뚝뚝 떨어진다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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