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마스크를 왜 쓰세요?
코로나 팬데믹을 퉁해서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한 사람의 기침 하나가 내 일상의 생활을 뒤집어 놓은 상황도 겪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어떤 물질적 가치보다도 생명의 내재적 가치가 우선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그 순간 물질 자본이 생명 자본으로 전환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코로나 팬데믹의 학습효과로 누구나 쓰고 다니는 똑같은 마스크 한 장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찾아 낼 수 있는 시각과 생각을 얻게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 여러분에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이유를 물으면 “나와 남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답변할 것입니다. 간단한 대답 같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나를 위해서 쓴다”라는 사적/이기적 답변이 아니면 “남들을 위해서 쓴다”의 공적/이타적 답변밖에는 할 줄 몰랐던 것입니다.
오늘날같은 경쟁사회에서는 나[自]에게 득이 되는 것은 남[他]에게는 실[失]이 되고 남에게 득이 되는 것은 나에게는 해가 되는 대립관계로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이것 아니면 저것의 이분법적 배재의 논리가 지배해 왔던 까닭입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는 마스크의 본질과 그 기능이 그 어느 한쪽이 아니라 양면을 모두 통합한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나를 위해 쓰는 마스크는 곧 남을 위해서 쓰는 마스크”라는 공생관계는 지금까지 생명의 진화를 먹고 먹히는 포식관계에서 남을 착취하는 기생관계로 해석해 왔던 편견에서 벗어 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똑같은 마스크를 쓴 얼굴이지만 그것을 쓰고 있는 마음에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의 앞날이 결정될 것입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70억의 세계 사람을 향해서 당신은 왜 마스크를 쓰고 있는가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돌아 올까요. “나와 남을 위해서” 라고 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에서 쓰라고 하니까 쓴다고 대답 할지 모릅니다. 오랫동안 획일주의 전제주의 밑에서 길들여진 사람들이 많은 까닭입니다.
여러분들은 자타(自他)와 공사(公私)의 담을 넘은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를 만들어가는 주역들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의 손안에 있는 학위수여증은 바로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고 있는 보증서인 것입니다. 이것이 비대면으로 치루어진 졸업생 여러분들에게 보내는 저의 축하 메시지입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2021학년도 서울대 졸업식 축사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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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오…
마스크 벗고 다니고 싶다
명문이네요
이어령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