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림 [474864]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21-02-07 17: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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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를 준비하는 여동생이 드디어 삼수를 실패했습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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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이 드디어 삼수를 실패했습니다


드디어라고 얘기하는 것은


공부에 흥미도 재미도 못느끼는 동생한테


부모님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포기할 수 있다는 면에서


'드디어'라는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여동생은 원래 성악을 하고 싶었했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무.조.건 자식을 대학에 보내자 하는 마음에


어릴 때 시에서 툭하면 상을 받을 정도로


재능이 있었는데도


성악을 강제로 포기시키고 성악 학원을 억지로 끊어버렸어요.


어머니와 아버지가가 대학 콤플렉스가 많이 심하십니다.




결국 강제로 인문계 공부를 하게된 제 동생은


애초에 초딩때부터 반에서 중간도 못할 정도로


공부에 재능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중학교 때 성적을 꼬라박고


인문계 고등학교로 갔어요




고등학교 1학년이 끝나니 내신이 7등급이더라구요


그래서 1학년이 끝나고 제가 어머니한테


동생 예고 안보내면 내가 가만 안있는다고 했어요


저는 다시 성악을 시키자고 얘기했지만


성악은 돈벌이가 안된다고 다른거 하라고 했어요



성악을 다시 시키자고 하니


어머니가 마지못해


이름도 없는 이상한 학원을 데리고 갔는데


학원에서 성악 못한지 8년만에 갑자기 성악을 시키더군요


당연히 실력이 안나오니깐


어머니가 동생한테 '얘 너무 못하죠? 어쩔 수 없죠 성악 못시키겠다'


이랬습니다.


거기서 제 동생이 멘탈 붕괴가 왔었대요




이런 어머니의 행보 때문에 너무나 분했지만


제 동생은 공부가 절대로 길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럼 미술 전공을 어떻냐고 물어보니


미술전공은 또 괜찮다고 하더군요.


이게 무슨 개떡같은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성악은 그냥 딴따라 라고 생각했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삼수 망친 지금도 그리 생각하구요.


그래서 동생을 설득해


미술을 준비해서 예고로 가게 했습니다.




근데 여기서 전공 선택하는데도 동생을 좌절감을 안겨주었죠


동생은 조소과 같은 조형물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대학 가기에도 그게 난이도가 쉬웠구요


부모님은 또 조소과는 돈이 안된다고 


무조건 남들 다 하는 전공을 하라고 했습니다.


군자는 큰 길로 가야 한다면서요.


그게 안정적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디자인 전공을 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미술은 고2때 처음 시작했는데도 대충 따라갔는데


역시 공부는 6-7등급에서 놀더군요


어떤 시험에서는 8등급도 나왔습니다.




근데 미술을 늦게 시작했으니 수시에서 스펙도 없어서


반강제로 정시를 준비했는데




첫 수능에서 평균 6-7등급


재수해서 평균 5등급


삼수해서 평균 3-4등급 나왔습니다.




그나마 올해는 가능성 있다고 생각해서


정시 지원을 준비했는데


문제는 ㅋㅋㅋㅋ


부모님이 대학에 대해 아는게 하나도 없어요 ㅋㅋㅋㅋ


미대면 인문계하곤 달라


대학교 순위가 다른데 부모님을 그걸 제대로 몰라요 


공부는 자기들이 다 시켰으면서


정시 지원 준비는 자기들이 잘 모르니


나보고 알아서 하래요 ㅋㅋㅋㅋ


형제인 내가 하는게 당연한 거라면서요


그래서 첫 수능부터 삼수 까지


대학 지원이나 합격예측은 순전히 100% 제가 다 했습니다.




저는 일단 합격할 수 있는 대학을 생각했지만


어머니는 무조건 인.서.울 대학을 추구했습니다.


재수, 삼수를 서울에 살면서 서울 소재 학원을 다니게 했는데


거기서 서울의 삶에 만족하셨는지


어머니가 서울 라이프에 광적으로 집착하고 있거든요




인서울 대학 넣을 때도


저는 일단 삼수라서 합격이라도 하고 보자고 생각했지만


xx대 넣자고 하면 


'아 그 대학은 좀.. 수준이 낮네'


oo대 넣자고 하면


'야 아무리 그래도 그 대학이 뭐냐 그 대학 갈바에는 그냥 고향으로 내려가라'


그러더군요




그래서 인서울 대학 중에서 그나마 가능성 있는 대학


즉 부모님들이 보시기에 '멋져 보이는 대학'을 넣었지만


결국 떨어졌습니다 ㅎㅎ


예비번호도 못 받구요


나름 하향 지원했다고 생각한 대학도 우주예비번호 받고 이번에 떨어지네요




그래서 첫 수능때 합격한 지방 4년제 대학으로 이제 복귀하게 되네요.





여동생은 어릴 때 가졌던 성악의 꿈이 부셔졌고


그나마 차선책으로 정한 미술에 관해서도


전공과 관련된 꿈이 부셔졌고


이제 온전한 대학 라이프에 대한 꿈도 부셔졌습니다.





동생한테 다시 물었어요


아직도 성악에 대한 꿈이 있냐고




동생은 대답했습니다.


성악을 하고 싶지만 이젠 성악 꿈은 사라졌다.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않고 그냥 쉬고 싶다


라고 하더군요





교육으로서 자식 잘 키우는건 무지 어렵습니다.


근데 잘못된 선택은 이렇게 동생을 절망으로 안겨주네요.




안타깝습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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