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7-08-17 20:42:59
조회수 6,135

[심찬우]입성 1주년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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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고 있었고

우리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8월 17일입니다


작년 8월 17일에

오르비에 입성하고


딱 1년이 지났습니다



지금까지의 강사생활 중


아니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일이 있었던 



1년입니다



능력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그에 걸맞게

많은 질타들도 받았습니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별 볼일 없는 강사였기에


욕을 먹는 건 당연했지만


사랑을 받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많이 부담되고

또 걱정이 됩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얼마전


입성할 때 썼던 글을 다시 보면서


과연 그때의 초심이 남아있는가
끊임없이 되묻는 밤이 지속되었습니다



날이 갈 수록
부끄러움만 쌓여

 


강단에 서는 것이 겁이 나
도망다니기 바빴고



떨어지는 자존감을
잡지 못해 성찰이 아닌
자책하는 날만 늘어 갔습니다



강의 업로드도 늦어지고



마음속에 가득 들어찬

자신에 대한 분노가
외부로 표출될 때면



스스로가 제어되지 않아
한숨만 내쉴 때가 많았습니다



결국 오늘도


병원에 숨어 

부끄러운 일기장을
쓰고 있는 형국이 되었네요



하나의 세계를 외면해버린 죄로
몇 년에 걸친 기나긴 방황을 했고



세계를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교육에 헌신하고 투신하겠다고 

다짐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한달에 30만원도 못벌었지만


공의를 위해 헌신하고

없는 돈이지만 조금씩 기부도 했었던


오직 학생들의 대학과 성적만을 지향하는
그런 기성의 강사들에 저항하며


인격 성장과 교육의 기본 가치까지
함께 가르치고자 했던 사람이고자 했는데



어느 순간



모든 것을 귀찮아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초심을 지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이 세계의 힘에
나도 모르게 물들어가는 걸 보면


...



요며칠간 어떻게 살아갈까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 하나 하나의 이야기에
귀조차 기울이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는 것이 견디기 어렵고



현실과 타협하면서
저항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이 지배해버린 

내 모습을 보기가 두렵습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왜 이런 우울한 글이냐




대단한건 아니지만


입성 1주년을 맞아
제 이야기를 이곳만큼은


하고 싶었습니다



오르비언 여러분



제가 교직을 놓고
학원으로 나왔을 때


제가 지금도 존경하는
은사님께 들었던 말씀을 


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감사를 받는 강사가 아닌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어라



무엇이 존경을 받는 것인지


또 


존경을 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꼭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만큼은
반목과 질시로 가득찬

경쟁의 어두운 면이 아닌


대학과 성적으로 점철된
불행한 인생이 아닌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을 가르치고 싶고



약자를 돌보는

 따뜻한 마음을 가르치고 싶고


자신의 가슴이 이끄는대로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싶고



대학 이외에도
다양한 삶의 길이 있음을 


그 길에도


우리와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입시가 정책에 따라
숱한 변화가 있다하더라도


그 속에 있는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오늘로서 1년입니다



방황이 끝나고
열십자 복판에 섰습니다


어디로 갈지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다시금 일어나서
그대들에게 젊음이 가진 


뜨거움과 용기를
행동으로 직접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공감하고


또 그 깊은 마음 속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선생님'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러하였듯


앞으로도 많은 애정과 

질책 부탁드립니다



학원에 처음 나왔을 때의
초심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08.17


인간과 세계에 대한 폭 넓고 깊은 이해


국어강사 심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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